小石 2007. 3. 8. 16:41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天光雲影共徘徊(천광운영공배회)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吾愛靑山到水來(오애청산도수래)


『 다리 넷인 소나무 소반에
죽 한 그릇만 덩그렇게 놓였는데

하 죽이 묽어 하늘빛과 구름의
그림자까지 함께 배회하는구나.

허나, 주인이여
무안해 할 것 없소.

나는 원래 대자연 속의
청산에 흐르는 물을
사랑하니 말이요.』

*자연을 벗 삼아 떠난 그에게
죽 그릇 속의 자연 또한
미울 것이 없다는 푸념이리라.....

~~~~~~~~~~~~~~~~~

해 기울 녘에 어느 작은 오두막을 찾아든

“병연” 지나는 나그네임을 고하고
하룻밤 쉬어 갈 것을 청하니
대접 할 것이 변변찮은 주인장
몹시 난처한 모양인데...

“병연” 허리를 굽히며
걸식하는 주제에 무슨 대접을....
우선 돌 마루에 앉기를 권하는 주인
주인은 마음 까지 가난하지 않았다.

마침 저녁때라 주인은 부엌에 가서
아내에게 나그네 대접할 저녁
걱정을 하는가 보았다.
“글쎄 이미 죽을 다 쒀났는데...”
안주인의 난처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아 그래도 조밥이라도 내야지!”
하는 바깥주인의 목소리가
간간히 들린다.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는 “병연”
"주인어른 이리 좀 나오슈"
“허...모처럼 들르신 손님에게
밥을 지어 드려야 할 텐데“
머리를 긁적이며 부엌서 나오는 주인..

마침 죽을 쑤신 모양인데
그저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저는 특히 죽을 잘 먹습니다만.....
그제 서야 호인다운 얼굴에
웃음을 띠고 오늘 저녁만이라도
죽을 잡수시겠습니까?

드디어 상을 받아든 “병연”
이 죽은 정말 너무 묽었다.
허지만 이 음식인들
탓할만한 처지가 아닌 “병연”
쓰디쓴 김치 국 한 수저를 먼저 들고
천천히 죽 그릇을 비웠다.

상머리에서 미안해하는 주인을 보고
“아 참 잘 먹었습니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단잠을 자고난...
이튿날 아침 머리맡에 먼지 앉은
벼루에 먹을 갈아 착한 농부 내외의
나그네 대접하는 정성에 고마워

시한 수를 지어 주인장의 손에
쥐어 주는 “병연”을 보고
못내 아쉬운 듯 바라보며
하룻밤 더 쉬어가실 걸....

아이구 하룻밤도 과분 했습니다.
“병연”은 주인을 뒤에 두고
총총히 단장을 매만지면 걷는다.

흠! 괜히 또 착한 농부에게
글 장난을 했구나.
나도 차라리 저렇게
순 무식꾼이었으면 이렇게
나그네 신세도 면했으련만....

“병연”은 길을 걸으며 새삼
식자우환(識者憂患)의
병폐를 자신에게 통감하며......
금강산이 있는 북쪽을 향해
오늘도 걷는다.


          - 소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