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石 2007. 3. 21. 16:30
僧首團團汗馬廊(승수단단한마랑)
儒頭尖尖坐狗腎(유두첨첨좌구신)
聲令銅鍾衛銅鼎(성령동종위동정)
目苦黑椒落白粥(목고흑초낙백죽)

『둥글둥글한 중 대머리는
땀 찬 말 부랄 이요.

뾰쪽뾰쪽한 선비 머리통
상투는 앉은 개 좃이로 구나.

목소리는 구리 방울이
구리 솥에 부딪는 것 같고

눈깔은 검은 콩이 흰 죽 위에
드문드문 떨어진 것 같구나.』

~~~~~~~~~~~~~~~


금강산 어귀를
시 한수를 읊으며 걷는
“병연”의 눈에 웬 "중"과
"선비"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슬그머니 다가선 “병연”
참, 신선노름들 하십니다. 그려
“병연”을 처다 본 “선비”
흥-- 참견도 많소....

은근히 심사가 틀어진 “병연”
허, 그 흑 다 죽었는데
딴 짓만 하는군!
힐긋 쳐다본 “선비”
꾹 참고 그냥 바둑판만 응시..

이번에는
“중”도 약을 올릴 심산으로
저 백! 我生殺他(아생살타)라
어찌 나 죽는 줄 모르고
잡으려고만 하는가?

화가 난 “중”
누가 당신보고 훈수 하렸소?
허허 원 스님도 부덕하시지
미천한 나그네가 훈수 좀 했기로
웬 화를 그리 내시오?
하고 너털웃음을 웃어 버렸다.

누굴 보고 부덕이니 뭐니....
“중”은 눈을 부릅뜨고 호통이다.
흥-- 금강산은 산만 명산이지
“중”은 어질지 못하니
名山僧不人(명산승불인)이로구나!

어! 주제에 문자는? 하고
“선비”가 고개를 치켜든다.
“병연” 주제고 뭐고
사람 너무 홀대 마오...하고
돌아서 내려오려는데

바둑을 진 듯한
“선비” 벌떡 일어서며
여보! 젊은이 당신
글줄이나 하나 본데
한 수 해 보시오. 하고
“병연”의 소매를 낚아 앉힌다.
허허 이제 바둑 재미가 다 한
모양이구려.

그럼 내 한 수 읊을 테니
이나 부르시오?
흥-- 은 무슨 이야...
그냥 한 수만 맞혀봐.....
“중”도 화가 덜 풀려
눈을 치켜뜨고 한마디 한다.

“병연”은 그 “중”의
번들번들한
머리가 촉촉한 땀방울에
찬 것이 더욱 가관이라.

“병연”은 욕을 쓸 참이라
그들이 보는 앞에서
쓸 수가 없고 하여.
내 한 수 써서 이 아래
다락기둥에 부쳐두고 갈 테니
바둑 한 수 더 두고
내려오다 보시요...

막 기둥에 글을 꽂고 돌아서려는데
“선비”녀석이 급히 내려오고 있었다.
“병연”은 코웃음을 치며
급히 돌아섰다.
“중”과 “선비”는 머리를 맛 대고
글을 읽어 보니
지독한 욕이었다.

에이 빌어먹을 놈아 거기 섰거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병연”은 고소를 씹으며
푸른 솔 사이로
표연히 사라졌다.


      - 소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