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石 2007. 3. 30. 08:14




我向靑山去 綠水爾何來
(아향청산거) (녹수이하래)
~~~~~~~~~~~~
若捨金剛景 靑山皆骨餘
(약사금강경) (청산개골여)
其後騎驪客 無興但躊躇
(기후기려객) (무흥단주저)

어느 절간에서 서울서 온 문객들과
“시”회를 하다 취중에 잠이든 “병연”
이튿날 한낮이 지나도 계속 잠을 자는
“병연”을 그 절의 중은 깨워서
내 보내려고 하니.

금강산 절경을 찾아온 시인 묵객을
내�는 법이 어딛소? 하자

중은 아니꼽다는 듯이
당신이 무슨 시객이요.
어서 물러가시오. 하고 핀잔을 한다.
허어.. 천하의 시인
김삿갓(金笠)을 몰라보다니...

흠. 언문풍월은 두어줄 하겠군.
좋소. 아무거나 운을 부르시오.
아니꼽게 노려보던 젊은 중은

운은 “타”자요 빨리 해보시오.
허허..<사면 기둥 붉게 타>
또! 타
<석양 행객 시장 타>
또! 타
<네 절 인심 고약 타>

중은 얼굴이 해쓱해 졌다.
다시 타 자가 나오면
“지옥가기 꼭 좋 타” 하려는 참인데
중은 빙그레 웃으며

재주 값으로 내 허락하니
한숨 더 주무시고 내일 가시오.

“병연”은 배도 고프고 속도 거북해
개울가에서 세수를 하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있는데

양반어른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오.
시장하다는 말을 듣고
그럴 수가 없어서 저녁을
차려왔으니 와서 드시오.

...네, 고맙습니다.
“병연”은 아직도 흐르는
물만 응시하고 있으니.

뭐. 좋은 “시”라도 하나 얻었소.
허허.. 이번엔 이 개울물을 보고
“시” 한수 생각 했지요.

我向靑山去 綠水爾何來
(아향청산거) (녹수이하래)
『나는 지금 청산을 찾아 가는데
푸른 물아 너는 왜? 흘러만 오는가?』

허허 양반어른 시재가 과연
빈 말이 아니었구려. 하며
감탄을 이기지 못한다.

그 중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시”한수를 더 청하매.
“병연”은 못이기는 척 하며
담담한 심정으로 "시" 한편을 읊다.

若捨金剛景 靑山皆骨餘
(약사금강경) (청산개골여)
其後騎驪客 無興但躊躇
(기후기려객) (무흥단주저)
『만약에 금강산의 경치를 버린다면
청산은 모두 앙상한 뼈만 남겠지.
그 뒤에 나귀타고 찾아온 손은
흥이 없어 다만 주저하다 가겠고.』

소승도 풍월을 좋아하나.
선생에게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원 과분한 찬사를........
좋은 “시”를 주신은혜로
이 금강산에 계시는 유명한
詩僧 한분을 소개 하겠으니
내일은 그 분을 찾아 가십시오.

이튿날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詩僧을 찾아 立石峰을 향해
발길을 옮기는 “병연”

      - 소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