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石 2007. 3. 30. 16:11
松松栢栢岩岩廻(송송백백암암회)
水水山山處處奇(수수산산처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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鼎冠撑石山溪邊(정관탱석산계변)
白粉靑由煮杜鵑(백분청유자두견)
雙著挾來香滿口(쌍저협래향만구)
一年春色服中傳(일년춘색복중전)

立石峰 아래 立石庵에 거하는
老大師를 찾아 걸은 지도 한나절
“병연”은 허기에 지치니 금강산
구경도 괴롭기만 했다.

산모퉁이를 막 돌아 서는데
웬 스님이 한분 나타났다.
스님! 어데 가까우신
절에라도 계신가요?
아니요 나는 먼 길을 가오만...

네-- 하도 배가 고파서
가까운 절에 계시면
요기라도 좀 하려 했습니다.
하고 궁색한 소리를 하니.

아- 마침 내 저 골짜기를
내려오다 보니 선비들이
푸짐하게 차려놓고
詩會인가 뭔가 합디다.
가셔서 요기라도 하시지요.
네... 고맙습니다.

부지런히 숲속을 걸어 이윽고
조그만 폭포가 시원하게 내리쏟는 아래
널찍한 바위위에 소고기에 닭다리에
함지마다 하얀 이팝(쌀밥)이 가득하고
술은 표주박으로 퍼마시고
푸짐한 山遊의 광경이었다.

허술한 선비 “병연”은
무식한 촌사람인체 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지나가는 나그네입니다.
요기라도 하려 하오니
밥이라도 한술만 주십시오.

여긴 양반들이 모여
詩會하는 곳인데
당신 같은 과객이
귀찮게 하면 어떡하오.

금강산도 食後景인데
적선 좀 하시지요.

당신 문자께나 좋아하나 본데
그럼 한 수 하고 얻어 가시오.

말마다 얻어먹으라는 말에
글 잘 지어 봤자,
걸인 신세는 마찬가지
“병연”은 아예 더 무식한 체하고
저는 글을 쓸 줄 모르니
받아 써 주시지요.
제가 한 수 부르겠습니다.

선비가 대필을 하고 다른 선비들은
글 구경을 하기로 하고.
선비가 붓을 들고 대들었다.

“병연”은 일부러 눈알을 굴리며.
『소나무란 글자 두어 자 쓰시오.』
“음, 松松 썼소.”
『잣나무라는 글자도 두어 자 쓰시고.』
“음, 栢栢 또....”
『이젠 바위라는 글자도 두자요.』
“허, 岩岩 또 무슨 자.”
『이젠 돌아간다는 글자 한 자만.』
“아-- 돌을 자?”

음. 그러니 松松栢栢岩岩廻
그것 좋다---하고
붓을 든 선비가 크게 외치자.
좌중은 잡담을 멈추고
와하니 “병연”옆에 모여 들었다.

“병연”은 생각하는 체 하다가
『물 두자 산 두자 곳곳이란 자 두자』
“허, 水水 山山 處處 그리고?”
『끝에는 기이하다는 자 있지요.』
음. 水水山山處處奇라--- 허,
이거 아주 名詩인걸!

松松栢栢岩岩廻
水水山山處處奇
『소나무 잣나무 바위 사이사이 돌아가니
물도 산도 곳곳이 기묘 하구나.』
허-- 좋은데.....

금강산의 절경을 노래한 옛 詩聖들의
도 어지간히 보았지만 이렇게
쉬운 글자로만 묘하게 표현한
는 처음 본 때문이다.

후한 대접과 포만감에 젖은 “병연”
한수 더 할 것을 청하니
다시 붓을 받아 빨리 써 내려갔다.
鼎冠撑石山溪邊
白粉靑由煮杜鵑
雙著挾來香滿口
一年春色服中傳
『작은 시냇가에 솥뚜껑을 돌 사이에 걸어놓고
흰 가루(밀가루)와 푸른 기름(참기름)으로
두견화(진달래 꽃)로 적을 부쳐서.
두 젓갈을 집어 먹으매 향기가
입에 가득하니 일 년의 봄빛이
그대로 뱃속에 전해지는구나.』하고
붓을 던지니 좌중이 조용.....

를 옮겨놓은 “병연”의
가슴이 오히려 뭉클했다.

“아-- 과연 천재시군....”
우리는 詩會만 벌였지 뭘 했나?
선비들이 자신들을 자책....
웅성거리며 술렁이기에,

자-- 그럼 먼저 실례 합니다.
참말 잘 먹고 갑니다. 하고
“병연”은 일어서 다시 立石庵
老大師를 찾아 바랑을 지고
삿갓을 고쳐 쓰고 길을
재촉하는 “김삿갓(金笠)”

      - 소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