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石 2007. 4. 2. 21:16
 

立石庵 老大師를 만난 “병연” 한수 지도를 청하니 
老大師 曰 당나라 李白春江桃李之園(춘강도리지원)에서 
詩會를 열었을 때 詩不成(시불성)이면 酒三杯(주삼배)라고
罰酒까지 권했지만 小僧은 술을 마실 줄 모르니,
대신 제시간에 對句(대귀)를 못하면 서로 상대방의 (이)를 한 대 뽑는 걸로 내기를 합시다. 하고 제의,
"병연"도 이를 쾌히 승낙을 하고 對詩를 시작.... 


僧 : 朝登立石雲生足  (조등입석운생족)
         아침에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은 발아래서 피어나고.

笠 : 幕飮黃泉月掛唇  (막음황천월괘진)
         저녁에 황천 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렸도다.

僧 : 瀾松南臥知北風  (란송남와지북풍)
         물가 소나무가 남쪽으로 누운 것을 보니 
         북풍이 부는 것을 알겠고.

笠 : 軒竹東傾覺日西  (헌죽동경각일서)
         난간의 대나무 그림자가 동쪽으로 기운 걸 보니
         해가 서쪽에 저문 것을 깨닫겠도다.

僧 : 絶壁雖危花笑立  (절벽수위화소입)
         절벽은 비록 위태로우나 꽃은 오히려 웃고 서 있고

笠 : 陽春最好鳥啼歸  (양춘최호조제귀)
         양춘이 가장 좋은 때련만 새는 슬피 울고 돌아가는구나.

僧 : 天上白雲明日雨  (천상백운명일우)
         하늘에 흰 구름은 내일엔 비가 올 조짐이고.

笠 : 巖間落葉去年秋  (암간낙엽거년추)
         바위틈의 낙엽은 작년 가을의 흔적이 아니겠는가.

僧 : 影浸綠水衣無濕  (영침녹수의무습)
         그림자가 녹수에 잠기되 옷은 젖지 않고.

笠 : 夢踏靑山脚不苦  (몽답청산각불고)
         꿈에 청산을 밟았으되 다리는 아프지 않구나.

僧 : 群鴉影裡天戶夕  (군아영리천호석)
         갈가마귀 무리 그림자 속엔 천호의 그림자요.

笠 : 一雁聲中四海秋  (일안성중사해추)
         한 기러기 울음 속에는 사해의 가을이더라.

僧 : 假僧木折月影軒  (가승목절월영헌)
         가중나무 부러진 것을 달이 마루위에 그림자로 비추고.

笠 : 眞婦菜美山妊春  (진부채미산임춘)
         참며느리 나물이 아름다우니 이산이 봄을 잉태했도다.

僧 : 石轉千年方倒地  (석전천년방도지)
         산 위에 돌은 천년이나 굴러야 땅에 이를듯하고.

笠 : 峰高一尺敢摩天  (봉고일척감마천)
         높은 봉은 한 자만 더하면 하늘에 닿을 듯싶구나.

僧 : 靑山員得雲空得  (청산원득운공득)
         청산은 사서 얻으며 구름은 공으로 얻을 수 있겠고.

笠 : 白永臨來魚自來  (백영임래어자래)
         백수에 임하여 그물을 끌어오니 고기는 스스로 따르겠구나.

僧 : 秋雲萬里魚麟白  (추운만리어린백)
         가을 구름은 만리에 고기비늘같이 희고.

笠 : 枯木千年鹿角高  (고목천년녹각고)
         고목은 천년의 사슴뿔처럼 높구나.

僧 : 雲從樵兒頭上起  (운종초아두상기)
         구름은 나무꾼 아이 머리위에서 일고.

笠 : 山入嫖娥手中鳴  (산입표아수중명)
         산은 빨래하는 계집의 수중에서 울더라.

僧 : 永作銀杵春絶壁  (영작은저춘절벽)
         물은 은 절구 공이가 되어 절벽에 방아를 찧고.

笠 : 雲爲玉尺度靑山  (운위옥척도청산)
         구름은 옥자가 되어 청산을 재더라.

僧 : 月白雲白天地白  (월백운백천지백) 
         달도, 눈도, 천지도 희고.

笠 : 山深永深客愁深  (산심영심객수심)
         산도, 물도, 나그네의 근심도 깊네.

僧 : 燈前燈後分晝夜  (등전등후분주야)
          등잔불 앞과 뒤 주야가 다르고.

笠 : 山南山北地判陰陽  (산남산북지판음양)
          산의 남북을 음양으로 판단하누나.

이윽고 老僧의 입에서 탄복의 소리가 나왔다. 자--그만합시다. 내 오랫동안 많은 詩客을 접했소만. 오늘 같은 詩仙을 만나 보기는 정말 처음이오. 자--이거 내가졌으니 를 내드려야 하는데 입염만 있으니 어찌 한다. 허허... 원 별말씀을 는 해서 무얼 하겠습니까? 저도 스님 같은 詩仙은 처음 뵙습니다. 그들은 서로 기분이 좋았다....
      小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