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月”
“歲月”
소석/성재
세월(歲月)은 계절 자락 휘감고 돌고 돌아
연두 빛 푸르름으로 우리 곁에 닥아 와
파릇한 풀잎이 돋고 꽃이 피고
도시가 발가벗은 지가 엊그제인데
바람이 뜻 모를 언어(言語)로 억새 사이를 헤집고
가을을 밀쳐내고 폭설(暴雪)이 날리는 겨울이 닥아 왔네.
운명(運命)이듯 우리 앞에 닥아 온 세월(歲月)을
외면하지 못한 이런 저런 사연(事緣)들이
이마로 번져 얼굴엔 어느덧 작은골이 생기고
누군가에게 내어줄 아랫목이 없고
아랫목 이불 밑에 묻어둔 따뜻한 사랑이 없었다면
내 삶의 무위(無爲)의 날들 쓸쓸했으리...
먼 아득한 훗날 동구(洞口) 밖 들녘에
시린 발로 홀로 서 있는 느티나무
가지마다 겹겹이 함박눈 껴입는 날
때 묻은 추억(追憶) 잔에 가득 채워
오늘의 곰살궂은 우정(友情) 안주삼아
퇴색(退色)한 내 삶의 그림자 마주하는 날 가슴으로 마시리.
2014.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