旅路(여로)
旅路(여로)
小石/性宰
내 生涯(생애) 눈부신 祝福(축복) 받은 어느 날
이마에 이름 석 자 새기고 이정표 없는 길,
“나”를 찾아 떠날 때가 새순 돋는 봄날이었는데
어느덧 낙엽 지는 가을이 되었네....
쨍한 햇볕을 찾아 산 넘고 강 건너 온 긴 旅路(여로)
때때로 비 오고 바람 불고 눈 오는 날의 풍경은
감동적이었으며 아주 특별한 感想(감상)을 주었고.
“나”에겐 쉬 지워지지 않는 喜悅(희열)이였다.
옆을 돌아 볼 겨를조차 없이 달려온 긴 旅路(여로)
이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고 싶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늦춰지지 않는다.
벌써 古稀(고희)라는 간이역에 이르렀네.
원초적으로 처음 여행을 출발 할 때는
내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이 아니었던가?
이정표 없는 목표를 향해 쉼 없는 길을 걷노라,
길섶 들꽃도, 때로는 눈보라 속 동초도 보며,
망망대해의 외로운 등대가 나의 모습이었으며
때론 허수아비 같은 내 모습 이었으리라.
겨울나목에 부는 칼바람 소리와 지저귀는 새 소리에
마음의 위안을 받으며 봄 속 “나”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눈 덮인 산야에 나 만의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기쁨
그대들도 느껴 보았으리라. 그 喜悅(환희)를
남들이 오르지 못한 頂上(정상)에 우뚝 섰을 때.
“나”라는 자신을 그 곳에도 찾을 수 없었으며.
낮선 사람과 내 곁에 닥아 온 풍경에게 말을 걸고
바람과 허수아비에게 길 찾아 말을 걸어 보았고
가끔씩 내 귀에 내 말을 걸면서 걸어 온 길 아니던가?
나 혼자만의 외로운 길 예까지 온 것 같았는데
비록 서로 걸어 온 길은 다르다 하드라도
오늘 해질녘에 함께 한자리에 모인 우리들
어느 길 모퉁이에서 본 듯한 낮 익은 얼굴들
偶然(우연)이 아닌 아름다운 必然(필연)이었으리라.
同行(동행)이란 사랑과 同義語(동이어)라 하지 않았던가?
낡은 수첩 속 희미한 이름처럼 곰살궂은 이름,
희미한 기억 속 다정한 내 누이 분첩 같은 이름,
親舊(친구)라는 이름 속에 “내”가 있음을 오늘에야 찾았네.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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