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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거굴거피척지항언

방랑시인 김삿갓(蘭皐, 김병연)

by 小石 2008. 4. 29. 18:37

본문

    
    掘去掘去彼隻之恒言이요  
    (굴거굴거피척지항언)이요
    捉來捉來本守之例題인데  
    (착래착래본수지례제)인데
    今日明日하니 乾坤不老月長在하고  
    (금일명일)하니(건곤불노월장재)하니
    此頃彼頃하니寂莫江山今百年이라  
    (차경피경)하니(적막강산금백년)이라
    
    해가 바뀌도록 여자를 몰랐던 “병연”과
    남편 사별 후 여러 해 동안 수절해온 "아낙"

    그들의 몸과 몸이 서로 닿자
    이것은 마른 장작에 불이 붙듯
    이불 속은 열풍이 불고 있었다.

    참으로 오랫만의 단꿈이었다.

    이튿날 통닭이 백숙이 되어 올라온
    푸짐한 상을 받은 “병연”
    반주를 딸아 주는 아낙에게
    청탁받은 글을 내어 주며

    아마 이 글을 보면 본관사또도
    마음이 달라 질 겁니다. 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掘去掘去彼隻之恒言이요(굴거굴거피척지항언)
    파간다 파간다 함은 저쪽의 늘 하는 말이요.

    捉來捉來本守之例題인데(착래착래본수지례제)
    잡아오라 잡아오라 함은 본군 군수의 의례 하는 얘기인데.

    今日明日하니(금일명일)
    이렇게 오늘 내일 미루기만 하나.
    乾坤不老月長在하고(건곤불노월장재)
    천지는 늙지 않고 세월은 그제 있기만 하는가?

    此頃彼頃하니(차경피경)
    이달 저달하는 사이에
    寂莫江山今百年이라(적막강산금백년)
    쓸쓸한 강산은 어느덧 백년이 될 것이로다.

    아주 참 명문이 십니다!
    저쪽 바깥채에서 며칠 묵으시면서
    訟事(송사)의 하회나 보신 다음에 떠나십시오.

    허허 너무 적패가 돼서....
    “병연”은 아무 일 없었듯이
    사랑채에 유숙하게 되었다.

    다음날 아낙은 큰 아들을 앞세우고
    사또의 인척이라 졸개를 속이고
    사또와 면담한 뒤 “병연”이 써준
    글을 보이며 눈물로 구했다.

    허허 그것 참 재미있는 글이구나.
    부인 이 訟事(송사)를 원만하게 해결해 드릴 테니
    이 글을 쓴 사람을 좀 보내 줄 수 없겠소?

    사또님 그것은 어렵지 않지만
    제발 그분이 나쁜 뜻에서 쓴 글이 아니니
    그분을 나무라시면 제가 입장이 난감합니다.

    허허 아니요 내 하도 재미있는 글을 봐서
    이런 才士(재사)하고 얘기나 좀 나눌까 하고.
    그러니 조금도 걱정 말고 보내 주시오.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당장 형방을 불러 조치하겠소.
    이윽고 정진사가 곤장을 몇 대 맞고
    그 이튿날 산송 문제가 해결되고
    정진사에게 벌금 이백냥을 물려
    그것을 과수에게 전하라는 명까지 잊지 않았다.

    그 자초지종을 들은 “병연”
    사또가 만나자 하니 가 봐야지. 하고
    오히려 빙그레 웃고 있었다.

    아낙은 관아에서 준 벌금 이백냥을
    “병연”의 손에 쥐어주며 조그만 정표로 알고
    노자에 보태 쓰라고 당부를 마지않았다.

    郡衙(군아)에 당도한 “병연”은 사또 앞에 나아가
    산송의 글을 지은 장본인임을 밝히고
    소인 金笠(김삿갓) 문안드리오. 하고 절을 하자.
    오- 그대가 그렇게 글을 잘 했군. 하고 반긴다.

    황송 하옵니다. 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金笠......

          - 小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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