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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선옹위기상

방랑시인 김삿갓(蘭皐, 김병연)

by 小石 2008. 9.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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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謫仙翁胃己霜(이적선옹위기상)
柳宗元足但垂芳(유종원족단수방)
黃山谷裡花千片(황산곡리화천편)
白樂天邊雁數行(백락천변안수행)
杜子美人今寂寞(두자미인금적막)
陶淵明月久荒凉(도연명월구황량)
可憐韓退之何處(가련한퇴지하처)
唯有孟東野草長(유유맹동야초장)

사또의 특별한 청으로 독선생 노릇을 하게 된
“병연”이지만 사실은 선생노릇 하는 시간보다
사또의 글벗이 되어 사또가 한가한 시간만
있으면 으레 함께 앉아 고금의 명문을 놓고
담론을 하거나 글을 지어보는 시간이 더 많다.

“병연”의 글재주를 여러 儒生들에게 자랑하고 했지만
유독 儒生들 중 유독 다음 네 선비들은 “병연”의
재주를 몹시 미워하는 축이었다.

그들은 백일장에도 한번 응시한 적이 없는
자칭 선비로서 조상 덕으로 농사께나 광작하니
풍월이나 한답시고 몰려다니는 축으로
元生員, 徐進士, 文僉知, 趙碩士가 바로 그들이다.

한번은 사또가 詩會를 열고 東軒에서
잔치가 벌어졌는데 술이 거나해지자
“병연”이 소피를 보려 뒷간에 간 사이
사또가 “병연”의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자
네 명의 선비들이 노골적으로 불평을 하자

허허--내가 너무 金訓長을 너무 두둔하다가
이 고을 四賢들에게 미움을 사는 모양인데
金訓長도 상인이 아닌 장동김씨 양반이라오,

徐進仕 옆에 앉은 기생 可憐
어머나 그래요 나는 몰랐네.....하고 한마디 하니
빌어먹을 네년은 무얼 안다고 나서냐! 나서길 하고
徐進仕는 가련의 머리채를 쥐어박기까지 했다.
호호----괜히 화까지 내실까.......

이 때 “병연”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東軒에 들어섰다.
그때 徐進仕는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허-- 金訓長 可憐이가 金訓長이 좋다니
金訓長옆에 앉히고 한잔 하시지.

元生員이 가만있을 수 없어....
암- 지금 金訓長 소피보려 간 사이
可憐이가 정신이 없었수.
소피보려 가는척 하며 뒷마루에서 험담을 다들은 “병연”

아니 徐進士께 소박맞은 可憐
제가 왜? 맡아야 합니까?
허허-- 그러니 可憐可憐이지.
이번에는 사또가 중재를 하여 무마한다.

네... 그렇게 可憐한 몸이라면 몰라도.
“병연”도 앳되고 복스러운 可憐이 싫지는 않아서
한번 웃으며 바라보고는 기분이 좋은 척 했다.

그런데 金訓長하며
元生員이 의미 있는 어조로 “병연”을 불렀다.
生員님 말씀 하시지요.

얼마나 큰 시객인가 알고 싶어 그러하니
내가 청하는 글 좀 하나 지어 볼 수 있겠소.
네- 생원님 청인데 어찌 거절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겸손하게 대답하자.

그러면 당송의 팔대시가(唐宋 八大詩家)를 들고
그들 이름을 넣어 글을 한 수 지어 보시오.
“병연”은 아니꼽지만 꾹 참으며
붓을 들기로 마음먹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당송 팔대 시인으로는 이태백(李太白) 유종원(柳宗元)
황산곡(黃山谷) 백난천(白樂天) 두자미(杜子美)
도연명(陶淵明) 한퇴지(韓退之) 맹동야(孟東野)
그중 李太白李謫仙(이적선)이라고도 한다.

李謫仙翁胃己霜 (이적선옹위기상)
이적선은 백골이 이미 서리가 됐고.

柳宗元足但垂芳 (유종원족단수방)
유종원도 다만 이름이 아름답더라.

黃山谷裡花千片 (황산곡리화천편)
황산곡 속에는 꽃만 천만 조각으로 날리고.

白樂天邊雁數行 (백락천변안수행)
백락천 가에는 기러기만 떼 지어 날아가네.

杜子美人今寂寞 (두자미인금적막)
두자의 미인도 지금은 적막이고.

陶淵明月久荒凉 (도연명월구황량)
도연의 명월도 황량하기 오래러라.

可憐韓退之何處 (가련한퇴지하처)
가련할사 한은 물러나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唯有孟東野草長 (유유맹동야초장)
오직 맹동의 들엔 풀만 자라고 있구나.

“병연”이 글을 다 쓰고 돌아앉자.
허허- 이런 才士니 내가 칭찬하게 됐지.
하고 맨 먼저 사또가 또 반가워했고.
可憐도, 어머 귀신도 놀라겠네요?

허허-, 자네가 뭘 안다구 그러나
자-, 술이나 한잔 주게. 하고 “병연”이 웃자.

허-, 金訓長 아무래도 지금 이 글은 어데서
한번 미리 써본 글이 아니요?
文僉知가 미덥지 않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병연”도 더 참을 수가 없어서.
여보시요! 글이 잘 못됐다면 못됐다고나 할 일이지
그런 망발이 어디 있소?
지금 누굴 놀리는 거요? 하고 자리를 차고 일어서니

어-, 그건 文僉知가 과했어! 하고
元生員文僉知를 나무라는 체하며 웃고,
암- 내사 뭐 웃자고 한 얘기지.
文僉知는 다소 무안한 얼굴로 손을 저어며
“병연”을 다시 앉으라는 시늉을 한다.

허허- 오늘 시회는 이만 마치기로 하지.
사또가 다소 기분이 언짢아서 파회를 선언하자.
네- 소생들 오늘 무례가 많았습니다.
암- 농이 지나치면 진이 된다고.....
하며 다투어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제가 그랬다고 벌써 가실 까닭이야
없지 않습니까? 하고 만류하는 체 하니.

앗다 - 그만큼 놀았으면 됐지 뭘....하고
徐進士가 능청을 떠니.
암- 金訓長은 참 문장은 문장이야......
아까의 文僉知가 어색하게 웃고 내려선다.

호호- 선생님 또 뵙겠습니다. 하며
“병연”의 글재주에 놀란 표정을 지어며....
可憐도 옷매무새를 고치며 인사를 해주었다.

                           小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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