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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수농막여공

방랑시인 김삿갓(蘭皐, 김병연)

by 小石 2008. 6. 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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吟影 (음영)
進退隨儂莫汝恭 汝儂酷似實非儂 진퇴수농막여공 여농혹사실비농
月斜岸面篤魁狀 日午庭中笑矮容 월사안면독괴상 일오정중소왜용
枕上若尋無覓得 燈前回顧忽相逢 침상약심무멱득 등전회고홀상봉
心雖可愛終無信 不映光明去絶踪 심수가애종무신 불영광명거절종

이름이 金笠(김입)이라
하..또한 奇名(기명)이군.
아무튼 이곳에 잘 오셨습니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유하면서
좋은 이야기나 합시다.

사또는 원래 詩文(시문)을 즐겨하며
글 잘하는 사람이면 老幼貴賤(노유귀천)을
막론하고 가까이 사귀었고 따라서
한가한 틈만 나면 한 달이 멀다하고
문객들을 모아 詩會(시회)를 열곤 하였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사또는 당장
그의 가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아- 선비 이제 거나 했으면
어디 나 한수 지어볼까?

詩題(시제)는 무엇으로 할까요?
병연도 처음부터 사또가 마음에 들어
흐뭇하게 물었다.

어- 그림자 (영)자가 어때?
내가 지난번 한번 지어 보려하다가 못 지었소만

네- 吟影(음영)이라 그 말씀이군요.
암- 좀 힘들께야 허허----
그러나 한번 지어보죠.
金笠(김입)은 사또가 분부하여 준비한
붓을 들고 시원스럽게 적어 내려갔다.

進退隨儂莫汝恭(진퇴수농막여공)
나들이 할 때 나를 따름이
너처럼 공손한건 다시없을 게고.
汝儂酷似實非儂(여농혹사실비농)
너와 내가 너무나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너는 아닐러라.

月斜岸面篤魁狀(월사안면독괴상)
달이 서산에 기울면
너무 괴이한 현상에 놀라게 되고
日午庭中笑矮容(일오정중소왜용)
때가 오정이 되면
난쟁이 같아 보여 웃음 짓게 한다.

枕上若尋無覓得(침상약심무멱득)
베개 위에서 찾으면 찾을 수도 없다가
燈前回顧忽相逢(등전회고홀상봉)
몸을 등잔 앞으로 돌리면
문득 만나게 되는구나.

心雖可愛終無信(심수가애종무신)
마음은 비록 사랑스러우나
믿음성은 끝끝내 없으니.
不映光明去絶踪(불영광명거절종)
광명이 비추어 주지 않으면
종적을 감추니 안타깝구나.
하고 병연이 붓을 던지니.

허허, 과연 내가 평생 처음만난 詩材(시제)로군
이거!
이런 천재도 있나?
사또는 병연의 글을 치켜들고
쾌재를 거듭 부르며 즐거워했다.

병연은 자기의 를 알아주는
사또를 만나니 여간 흐뭇한 게 아니었다.
사또가 권하는 대로 술을 받아먹으며

어느덧 동헌마루에 황혼이 스며들자
병연은 더 있을 수도 없고 하여
이제 그만 떠나가겠습니다.
하고 의관을 정제하니....

아니? 무슨 말이오
내 아까도 잠깐 함께 있자고 권했소만.
내게 아주 미거한 자식이 하나 있는데
곧 과거를 보아야 할 나이니
우선 내년 봄 과거가 있기 전만이라도
선생이 좀 보살펴주어야 하겠소.
하고 병연의 옷자락을 잡는다.

함경도의 겨울을 방랑만으로 보낼 수도 없고
차라리 사또의 청이 다행스럽기도 해서,
네- 그러하면 사또님의 청을
제가 거역 할 수 없어 우선 있겠습니다만,
내년 봄에는 꼭 놔주셔야 하겠습니다.

암- 내년 봄엔 꼭 보내 드리지.
다만 올 겨울만이라도 좀 돌봐 주시게.

네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병연은 그날부터
사또 아들의 독선생 노릇하기에 이르렀다.

                           小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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